하쿠산(白山, 2702m)

산악연맹 | 2010.11.10 19:10 | hit. 2476 | 공감 0 | 비공감 0

하쿠산(白山, 2702m)

일본의 3대 영산(靈山)으로 최고봉 후지(富士山, 3776m), 다테야마(立山, 3015m)와 더불어 하쿠산(白山, 2702m)을 꼽는다는데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산이었다. 일본의 그 수많은 산중에 3대 영산에 꼽힌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일본 혼슈 중앙부의 서쪽, 다테야마가 위치한 도야마 현 옆에 이시카와 현이 있다. 이 현의 최고봉이 바로 하쿠산이다. 두 산 모두 호쿠리쿠 지방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3대 영산 중 두 산이 한군데 몰려있는 셈. 성층화산으로 1년의 절반은 눈에 덮여있단다.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白山이라 이름지었나보다. 예로부터 순백의 산정은 신(神)들이 머무는 성역으로 인간이 간단히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성지(聖地)라고 믿었으리라.

10월 초에 이 산을 찾을 기회가 왔다. 그러나 가보니 열흘 정도 일찍 왔구나하는 아쉬움이 컸다. 10월 중순에 가야 가을단풍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겠다 싶다.

고마츠 공항과 도야마 공항 모두 거리가 비슷해 아무 곳이나 상관없고, 산으로 가는 도중 유명한 시라가와 마을에 들렸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자연보존형 전통마을로서 합장(合掌)건축양식이라는 독특한 지붕으로 유명한 전통가옥 초가마을이다. 과거 오랫동안 외부세계와 격리된 산간지대 마을로 뽕나무 재배와 양잠업을 주업으로 생활하고 있단다. 현대화의 경제적 격변에도 불구하고 이 마을은 전통적 생활방식이 환경 및 경제사회적 기능에 얼마나 완벽하게 적응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외적 모범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마을이란다.

시라가와
세계문화유산이자 자연보존형 전통마을 시라가와 전경

이어 우리가 탄 버스는 하쿠산 슈퍼임도로 들어섰다. 약 33Km의 구불구불한 산악도로로 중간 중간에 멋들어진 폭포, 다양한 워킹 코스가 있으며, 자연경관이 기막히게 좋다. 눈이 녹은 5월부터 10월까지만 개통한다고 하며 통행료가 엄청 비싸다.

이어 이시카와 현의 대표적 온천지대인 야마나카 지대의 야마노유 온천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 새벽 5시 반에 우리는 호텔을 출발, 하쿠산국립공원으로 향했다. 1시간 반 거리. 차안에서 아침도시락을 해치우고 벳토데아이(別当出合休憩舍) 출발점에 도착하여 산행할 준비를 서두른다. 검은 구름으로 꽉 덮인 하늘을 보니 주룩주룩 가을비가 하루 종일 내릴 기세다. 안타깝다. 그 좋은 경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게 되다니.

오버자켓에 오버바지, 배낭커버, 스팻츠 등 완전무결하게 우중산행 준비를 하고 일행 12명은 상큼하게 출발했다. 개울다리를 건너 숲길의 연속인데 경사가 제법 심한 길도 나온다. 우리는 일행을 “Happy Dozen"이라 부르기로 했다.

등산로는 돌계단과 나무계단 등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무로도 산장까지는 2개의 피난소가 나오는데 화장실이 있고 마실 물의 급수가 가능하다. 너도밤나무 숲을 지나 지그재그로 급사면과 완만한 길을 여유롭게 올라간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벳산을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고, 주위가 온통 야생화가 만발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야생화군락지라는데 흐린 안개가 꽉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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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시작한지 4시간 만에 무로도(室堂) 산장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큰 산장이다. 한 겨울에는 이곳에 약 7~8m가량 눈이 쌓인단다. 다테야마의 중심에 무로도가 있는데 이곳도 마찬가지인 셈. 다만 그 규모가 다테야마에 비해 훨씬 작다. 남성적인 웅대한 다테야마에 비해 하쿠산은 여성적인 우아한 모습이랄까. 이곳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배낭을 놓고 가볍게 정상인 고젠가미네(御前峰, 2702m)를 다녀왔다. 약 1시간 소요. 정상의 경치가 사방으로 확 뚫려 실로 탄성할 만큼 장관이라지만 오늘은 애당초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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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도 산장에서 다시 재정비하여 하산길에 나섰다. 약 20분 완만하고 광활한 산등성이를 내려오면 우리가 오른 사방신도(砂防新道)와 앞으로 내려갈 관광신도(觀光新道)의 갈림길이 나온다. 관광신도는 능선으로 이어져 하산하며 바라보는 전망이 참 좋겠지만 우리는 일찌감치 단념했다. 비는 계속 내린다. 그래도 간혹 시원한 바람에 오전보단 전망이 밝아 좋다. 내려가는 길이 경사가 급해 바짝 긴장해야 했다.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길이 미끄러워 일행 모두 한두 번씩 엉덩방아를 찧었다. 거의 다 내려와서 이어지는 높고 울창한 나무숲길이 너무나 좋다. 빗속에서도 피톤치드 신선한 향이 물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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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만에 출발점인 벳토데아이에 다시 도착했다. 빗속의 산행이라 약간 빨랐으리라. 맑은 날씨에 올라가 사진도 찍고 제대로 감상하려면 최소 10시간은 잡아야 하겠다. 아니 하쿠산의 참맛과 깊이를 느끼고 즐기려면 1박2일산행으로 무로도 산장에서 일박하고, 새벽에 산정에 올라 일출도 감상하고, 느긋이 야생화군락지도 보며 하산하길 권하고 싶다.

호텔로 돌아와 젖은 옷을 말리고, 따듯한 온천과 푸짐한 만찬을 즐기며 오늘의 우중산행을 음미했다. 아! 잊지 못할 하쿠산, 일본의 대표적 영산(靈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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