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등산의 첫걸음

산악연맹 | 2009.09.20 04:15 | 공감 2 | 비공감 0
등산(Alpinism을 말하며, 전반적인 등산 행위를 Mountainnering이라 한다)은 산에 올라가 멋진 풍경을 구경하며 야외 생활을 경험하는 것 이상의 행위이다. 등산은 도전이며 위험과 고난이 따른다. 등산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또 아무나 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그래서 등산은 단순한 오락이나 스포츠 이상의 가치가 있다.
수많은 유명 산의 초등 기록을 가지고 있고, 80세가 넘도록 등반을 계속해 온 미국의 등산가 프레드 베키(Fred Beckey)는 ‘나로 하여금 멈추지 않고 등반을 계속하게 한 것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그 어떤 것, 바로 불확실성이 주는 매력’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영국의 등산가 조지 말로리(George Mallory)는 ‘우리가 이 모험으로부터 얻는 것은 단지 엄청난 기쁨일 뿐’이라고 등산의 매력을 정의하기도 했다.
멀리서 바라보는 산은 그 속에 내재된 기쁨이나 고난을 모두 다 보여주진 않는다. 그래서 산을 오르려는 사람은 대자연의 모든 가능성에 대해 준비해야한다. 부드러운 산들바람과 모진 폭풍설, 초원의 야생화와 얼굴을 할퀴는 가시덤불 그리고 온갖 짐승들까지 산과 함께 맞을 준비를 해야한다. 따라서 등산은 여가를 보내는 방법으로는 매우 힘든 선택이다. 그래도 등산을 하고자 한다면 폴란드의 철인(鐵人) 클라이머 보이텍 쿠르티카(Voytek Kurtyka)가 털어놓은 다음의 고백을 음미해야 할 것이다.
“알피니즘이란 고통 또는 자기 극복의 예술이다.”
등산은 인간의 필요 따위는 개의치 않는 거친 대자연속에서 행해지므로 그 혹독한 고통의 대가로 주어지는 육체적, 정신적인 보상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 환경에 대한 배려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때때로 자신이 끌어들인 방문객들에 의해 훼손되곤 한다. 인간의 자취는 자연을 무서운 속도로 파괴하고 변질시키고 있다.
높은 산의 정상에 어렵게 올라선 사람들은 산이 우리에게 잠시 꼭대기에 올라설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을’을 주었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므로 등산 중 지나는 모든 지역을 아무런 흔적 없이 원상태 그대로 남겨 두는 것은 대자연의 ‘특별한 혜택’을 받은 산악인으로서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이고 의무인 것이다. 산악인은 방문할 지역에 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산행이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야영과 등반을 해야한다.
산에서 누리는 특권은 우리가 사랑하는 자연 환경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할 의무를 동반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환경 보호, 국립공원 보호 시책 등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즉 산불 방지나 휴식년제로 통제되는 입산 금지지역의 출입을 삼가고, 등반 및 야영은 허가된 지역 내에서 하도록 한다. 산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별 계획 등에 맞서 자연 환경을 지키는 노력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자연 속에서 누린 큰 기쁨을 후대에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등산 지식과 기술

안전하고 즐거운 등산을 하기 위해서는 등산 지식과 기술 습득이 필수적이다. 우리 자신을 위해 그리고 함께 등반하는 모든 동료를 위해 야영 기술, 독도법, 암벽등반기술, 응급처치 등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등산에서는 아는 것이 힘 일 뿐만 아니라 살아 남는 길이다. 등반 중 확보를 할 때, 확보물을 설치할 때, 눈사태 지역을 지나갈 때, 눈사태를 만났을 때, 크레바스 지대를 지나갈 때 등등 수많은 위험을 동반한 등반 상황에서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고 동료를 살릴 수 있다. 물론 풍부한 경험이 지식보다 우선 하겠지만, 다양하고 방대한 등산의 세계를 일일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험을 쌓기란 오랜 세월이 걸리고 또 위험한 대가를 치르는 일이기도 하다.
현재의 등산 이론과 기술은 지난 수 백년의 등산사에 걸쳐 전 세계의 험난한 고산과 벽을 등반한 위대하고 뛰어난 등산가들이 겪은 소중한 경험과 지혜의 소산이다. 또한 등산 중 불가항력적인 재난 또는 무지, 부주의로 인해 사고를 당한 불운한 클라이머들의 피로 씌어진 절박한 기록이다. 등산에 입문하는 초보자이건, 노련한 클라이머들의 피로 씌어진 절박한 기록이다. 등산에 입문하는 초보자이건, 노련한 클라이머이건 끊임없이 새롭고 유익한 등산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려는 노력은 산악인의 기본 자세이자 안전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신체적인 준비

등산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활동이다. 그 중에서도 암벽 등반, 고난도의 루트에서 행해지는 등반은 전문 운동선수의 능력 이상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의 클라이머들의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등반을 성공해 내고 있다. 많은 뛰어난 클라이머들이 인공 암벽에서 상당한 시간을 쏟으며 훈련을 하고, 국제등반경기에도 나서고 있다. 알파인 클라이밍 영역에서도 뛰어난 클라이머들은 보조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기록적인 시간에 보다 더 어려운 루트로 등반하는 양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클라이머들은 이러한 세계적인 수준의 등반을 옆에서 지켜볼 뿐이다. 만족할 만한 수준에 오르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개인의 모든 일상을 등산에 바칠 필요는 없다.
이제 아마추어 클라이머나 일반 등산가들의 등반 수준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 등산을 즐기며 할 것인지, 간신히 견디며 할 것인지 그 차이는 신체적으로 얼마나 단련되어 있는가에 달려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체 대원의 안전이 대개 강한 한 사람이나 약한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될 때가 많다는 사실이다.
많은 산악인들이 보다 나은 등반을 위해 매일 한두 시간씩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달리기, 수영, 자전거, 계단 오르기 등은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하면 등산에 도움이 되는 좋은 유산소운동이다. 가까운 산행 코스를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르는 것도 보다 큰 등반을 위한 기초훈련이 되며, 역기를 드는 근력강화운동, 유연성을 증진시키는 스트레칭도 좋은 트레이닝 방법이다.

정신적 준비

등산에서는 신체적 준비만큼이나 정신 자세 또한 중요하다. 등반 중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고 올바른 판단으로 산행을 안전하게 이끄는 것은 정신력의 힘이다.
클라이머에게는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정신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적인 균형 감각이다. 무조건 하면 된다는 태도나 과도한 자신감은 때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많은 백전노장의 산악인들이 말하는 산행에서 겪은 가장 큰 도전(Challenge)은 자기 자신과의 정신적인 갈등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 점이 등산의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산에서의 자유로움 또는 자유로운 산행은 산악인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 자신과 동료, 다른 산악인들 그리고 자연 환경에 아무런 위험이나 해를 끼치지 않고 알맞은 등반 기술과 장비 그리고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원하는 루트를 등반하는 것을 뜻한다. 클라이머들은 이러한 자유로운 등반을 성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맞서야 한다.

판단력과 경험

산이 제기하는 여러 가지 모험과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단순한 등반 기술뿐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과 냉철한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
올바른 판단력이야말로 산악인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정신 자세다. 판단력은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시키느냐에 따라 높아질 수도 있고 흐려질 수도 있다.
악천후를 만났을 때, 길을 잃었을 때, 지친 상태의 오랜 운행 고소 노출로 인한 고통, 부상이나 사고를 당했을 때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과 위기 대처 능력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경험하면서 점점 뛰어난 판단력을 갖추고 고난 속에서 체득한 지혜를 훗날 더 어려운 상황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산에서는 워낙 다양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위기 상황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사려 깊은 판단력을 발휘해야 한다. 산에 내재된 이 같은 불확실성(Uncertainty)이 바로 등반을 이끄는 유혹이며 도전이고 동시에 잠재된 비극인 것이다.

등반 수칙(Climbing Code)

등반 수칙은 산의 정상에 올라서기 위한 기술적인 공식이 아니다. 이것은 안전하고 건전한 등반을 위한 기본적인 지침 일 뿐이다.
이 수칙은 노련한 등산가들의 좋은 습관에 관한 주의 깊은 관찰과 여러 사고 사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근거로 미국에서 제정된 이래 오랫동안 많은 클라이머들은 물론 트래커와 오지의 여행자에게도 유용한 안전 지침으로 활용되었다. 이 수칙에 대해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공식적인 룰이 없는 것을 등산의 매력이라 생각하는 산악인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조난 및 사고 사례를 보면 이 간단한 수칙을 지켰다면 사고 자체를 피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안전을 위한 등반 수칙

1. 미리 계획된 충분한 지원이 없을 경우, 한 조의 등반 인원은 최소 3명으로 구성한다. 빙하지대에서는 최소 2개조의 로프 등반을 권장한다.
2. 추락 위험에는 노출된 지대와 빙하 지대에서는 로프를 묶고 확보를 보며 운행한다.
3. 같은 팀의 대원은 함께 움직이며 리더 또는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
4. 자신의 능력과 알고 있는 범위 이상의 등반을 하지 않는다.
5. 루트 선택이나 후퇴를 결정할 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6. 항상 꼭 필요한 의류와 식량 그리고 장비를 휴대한다.
7. 책임질 만한 사람에게 등반 일정을 알려주고 산으로 향한다.
8. 믿을 만한 책에 기록된 건전한 등산의 교훈을 따른다.
9. 등산 중 항상 좋은 인상을 남기도록 행동하고, 자연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끼치도록 주의한다.

이 수칙은 아직 등반 경험이 적어 판단력이 부족한 초보자는 반드시 따라야 할 것들이다.
반면 유능한 산악인들은 실제 등반에서 위의 수칙을 나름대로 자신에게 맞게 고쳐서 적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정신력과 기술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과 경험에 맞는 등반을 행하기 때문이다.
안전한 등산 지식을 배우고 익혀 우리의 몸과 마음이 대자연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면, 탐험가이며 위대한 자연보호가인 존 뮤어(John Muir)가 일찍이 우리에게 건네준 초대장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산을 올라가자.
그리고 그 모든 소리를 들어보자
햇살이 나뭇가지 위로 흐르듯
자연의 평화가 당신에게 흘러 넘치리.
미풍은 새로운 활력을
폭풍은 강인한 기운을
그대 가슴속에 불어넣어
어느새 근심은 가을 낙엽처럼 떨어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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